연비에 대하여
생각해 보니 나는 이제껏 휘발유 차를 소유해 본 적이 없다.
첫 차가 갤로퍼 밴으로 디젤
독일 와서 첫 차가 VW Polo Combi 로 디젤
둘째 차가 VW Touran 7인승으로 디젤
셋째 차가 BMW Active Tourer로 디젤이다.
늘 장거리 운행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었고
지금도 하루 70킬로 이상을 운행해야 하는 환경이라
유류비를 내가 내야 하는 한 휘발유 차는 예나 지금이나 고려대상이 아니다.
휘발유 차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.
짧게씩이나마 렌터카로 푸조, BMW, VW 등으로 장거리 운행도 해 봤으니
휘발유 차의 정숙성과 민첩성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알고 있다.
게다가 드림카로 여기는 몇 종의 차들은 모조리 휘발유를 쓴다.
하지만 차를 그 자체로 즐길 수 만은 없는 현실에서 타협점은 언제나 디젤로 귀결된다.
현재의 차는 위에 언급한 Active Tourer로 220d xDrive 모델이고 190 마력이다.
동급에서는 상위급의 출력이지만 막 쏘고 다닐 성질의 차는 절대 아니다.
그래도 급할 때는 200킬로 이상도 쉽게 넘겨 주고
고속도로 진입이라든가 애매한 추월 상황에서 다운시프트 후 밟아 주면 어지간히 튕겨 나가 준다.
매일의 70킬로 출퇴근 길에서 고속도로의 비중은 거리상 85% 이상이다.
국도는 제한속도가 50~70킬로이고 고속도로는 절반 이상이 속도 무제한 구간이다.
속도 무제한이라고 해도 늘 무한정 밟을 수는 없는 것이
편도 2차선이기 때문에 나보다는 느리더라도 2차선 차를 추월하려는 차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.
그래서 잘 뚫리면 150-170킬로, 좀 막히면 100-130킬로 정도로 다니게 된다.
지난 몇 달 간의 주유와 주행 기록을 보니 연비가 대강 6l/100km 정도다.
한국식으로 바꾸면 리터당 16킬로 남짓 되는 셈이다.
이 차 이전에 타던 투란의 경우 대개 20킬로 정도 찍어 줬으니 일견 연비가 나빠진 건데
중요한 건 투란 보다는 이 차를 훨씬 더 밟고 다닌다는 거다.
투란은 수동 6단이었고 이 차는 자동 8단으로 차이가 나고
공차중량, 마력 같은 단위들도 다르니 1:1 비교를 할 수는 없어도
이 차를 타고 100-130 정도 사이를 항속주행시 트립연비가 20은 쉽게 넘기는 걸 보면
엔진효율 자체는 현재의 차인 Active Tourer가 좋은 거라고 볼 수 있다.
예전처럼 연비 지향 주행도 하지 않고
그저 급발진이나 고속주행을 남발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 편하게 타고 다니는데
주유할 때쯤 되어 주행거리가 1000킬로를 넘은 계기판을 확인할 때면 기분이 좋다.
아, 물론 이 차는 좀 대용량 탱크(64리터)가 장착돼 있다.
사륜구동이라 안정적이고 힘과 속도도 적당히 있으면서 연비까지 좋으니 아주 만족하며 타고 다닌다.
하지만 좀 더 작고 민첩한 차에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걸 보니
조만간 나만을 위한 세컨카를 하나 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.